산책 일지


25.03.21.-27.


25.03.21. 금요일

[다원] 홀로 다정히 가는

포스터



소개

이 공연에서 관객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홀로 천천히 산책을 합니다.
오직 소리와 빛, 각자에게 주어진 작은 무대들을 따라 조용히 길을 따라가 봅니다.
길 위에서 생명이 담겨있는 흙을 만나고,
내 안에 심장을 만나고,
나의 작은 입자가 무한한 공간으로 여행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작은 돌멩이.
돌멩이에게 숨을 불어넣어 각자의 산책길을 걷습니다.
길 위에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직면하기 무서운 ‘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허락받지 않으면서,
이제껏 산을 넘어온 나 자신을 존중하며 걷다 보면
아마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
내가 여기 이렇게 숨 쉬고 살아있음을.

더보기 링크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5.03.22. 토요일

[연극] 엔드게임

희곡극장 X 양손프로젝트

포스터



사무엘 베케트

20세기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소설가, 시인입니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으나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으며,근현대 문학의 대표적인 거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부조리 문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종교의 권위가 전락하고,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제기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실존주의가 인간의 자유와 선택을 강조했다면, 부조리 문학은 인간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고 부조리하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부조리 문학의 동장인물들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결국 아무런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의미 없는 행동들을 반복하는모습이 그려지고는 합니다. 특히 베케트의 부조리극은 인생의 무의미와 이상의 상실을 표현하면서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비합리성과 부조리성에 집중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베케트는 또한 언어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며 언어에 대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작품에서 주요한 특징 중 하나로 작용하는데, 동장 인물간 단절되는 대화, 자꾸만 엇갈리는 대사, 완전히 끝맺지 않은 문장 등이 반복되면서 의사소통의 불완전함과 한계를 보여 줍니다. 뿐만 아니라 비극적이고 초현실적인 배경에 놓인 인물이 무의미한 행동을 계속하며 내면의 고독을 겪는 상황을 설정하여 인간의 무력함과 부조리를 표현합니다.

엔드 게임 (1957)

원인 모를 종말만을 기다리고 있는 네 인물울 중심으로 극이 진행됩니다 주인공 햄 (Hamm)은 눈이 멀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의자에 앉아 다가오는 죽음을 두려워 합니다. 그의 양아들이었던 클로브(Clov)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지만 지낼 장소와 음식이 필요한 그는 이곳을 떠날 자유가 없습니다. 햄을 버린 경험이 있는 그의 부모 내그(Nagg)와 넬 (Nell)은 쓰레기통 속에서 지내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절망적인 싱황에 처한 인간들을 조명하며, 인간의 존재와 끝없는 고통 그리고 삶의 무의미함을 강조합니다. 인물들이 느끼는 희망의 허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작품으로, 베케트 특유의 부조리적 유머와 어두운 철학이 드러납니다.

더보기 링크

장소: piknic



25.03.23. 일요일

[영화] 환송대 & 펜타곤의 여섯 번째 면

미래의 여행자: 크리스 마커 특별전

포스터



프로그램 소개

크리스 마커(1921. 7. 29 ~ 2012. 7. 29)는 평생 먼 곳으로 여행을 한 작가입니다. <시베리아로부터의 편지>(1958)에서 그는 스탈린의 사후 4년 후에 시베리아를 방문해 ‘나는 먼 나라로부터 이 편지를 너에게 쓴다’라고 말합니다. 그의 먼 나라로의 여정은 소비에트, 베트남, 한국, 일본, 미국, 남미 등 지난 세기의 격동적인 세계 여러 지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탁월한 시인의 감성으로 카메라를 든 사나이가 촬영한 이미지들은 미적이면서도 윤리적인, 대부분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에세이들입니다. 그는 글쓰기, 음악, 그래픽, 사진, 시각 예술, 비디오, 컴퓨터 예술 등 다양한 표현 수단을 활용해 끊임없이 미디어의 경계와 한계를 탐구한 멀티미디어 작가였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새로운 미학적 영역을 개척하며 독창적인 예술적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지난 세기 크리스 마커의 여행 기록에 주목해, <시베리아에서 온 편지>(1958)를 시작으로 <붉은 대기>(1998), <태양 없이>(1982)를 포함한 총 7편의 작품을 상영합니다. 여기에는 1967년 베트남 전쟁 종식을 위한 시위의 역사적 기록인 <펜타곤의 여섯 번째 면(1967)>, 그리고 크리스 마커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주었고, 실제로 <제 5단계>(1996)에서 ‘파운드 푸티지’ 영상을 직접 인용하기도 했던 니콜 베드레스의 <파리 1900>(1946)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별전 기간에는 크리스 마커의 세계와 그의 작품이 갖는 오늘날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평론가와 감독의 세 번의 강연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더보기 링크

환송대


영화 정보

3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폐허가 된 파리. 한 남자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다른 시간대로 여행을 떠난다. 크리스 마커의 작품 중 픽션의 특징이 가장 강조된 영화.



펜타곤의 여섯 번째 면



영화 정보

1967년 10월 21일, 10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워싱턴 DC에 모여 베트남전 종식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장소: 서울아트시네마

<

25.03.24. 월요일

[영화] 알레고리, 잇츠 낫 미

알레고리


영화 정보

도시의 동굴을 탈출하려는 7살 어린 아이의 여정을 동화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극중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아이에게 귓속말을 건넨다.


예고편

잇츠 낫 미



영화 정보

‘레오스 카락스 당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감독 자신의 유쾌한 대답이자 개인사와 40년 필모그래피, 정치적 사건 등을 흥미진진하게 콜라주하여 만든 자전적 에세이 영화.

예고편

장소: 집



25.03.25. 화요일

[강의/영화] 시네마테크 영화학교 Ⅰ - 미래의 기억, 크리스 마커의 세계

3강. 크리스 마커, 혹은 포스트 시네마의 미래에 대한 회상

강의│곽영빈(평론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포스터



강의 소개

크리스 마커는 언젠가 멀티미디어란 “완전히 새로운 언어가 아니”라 자신이 “평생 기다려 온 언어였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자와 이미지, 그림과 애니메이션, 사진과 영화, CD롬과 ‘세컨드 라이프’를 가로지름으로써, 그는 새로운 언어의 부재를 한탄하기보다 그것의 도래를 선취하고 가속화하는 쪽을 택했다. 본 강연은 영화사 안에서 영화사 이후, 혹은 그 너머를 감각하고 사유했던 그의 작업이 갖는 위상과 함의를 영화사 안과 밖에서 살펴본다.


장소: 서울아트시네마



25.03.26. 수요일

[강의/영화] 영화 확장의 '극작술' 혹은 디스포지티프의 시학

02. 뒤샹의 메타비평, 그의 광학실험과 광학장치들

강의│김보경

포스터



강의 개요

“[연극과 달리] 영화는 신체를 모방하는 춤추는 파장과 입자들만을 보여줄 뿐이다. … 그러나 만약 영화가 우리에게 신체의 현전을 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줄 수 없다면, 그것은 어쩌면 영화는 다른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영화는 ‘실험적인 밤’ 혹은 흰 공간을 우리 위에 펼치고, ‘춤추는 입자들’ 및 ‘빛나는 먼지들’과 함께 작용하며, 근본적인 혼란으로써 가시적인 것을 건드리고 또 모든 자연적 지각에 반하는 일시 정지로 세계를 건드린다. 이렇게 영화가 생산해낸 것은 사유 속에 깃들인 비사유처럼 우리가 우리 머리 뒤쪽에 갖고 있는 ‘알 수 없는 신체’의 발생, 여전히 시선에서 빗겨난 시각적인 것의 탄생이다.” - 질 들뢰즈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기존 질서의 규범과 위계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한 세계의 가능성을 여는 ‘예술의 정치’를 주장했다. 예술에 대한 그의 미학적 논의는 문학, 현대미술, 동시대 예술은 물론 ‘하나의 세계로서의 영화’에 대한 그의 접근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데 6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등장한 확장영화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영화를 수용해 온 영화의 건축술을 이질적이고, 수행적이며, 비결정적인 영화적 경험의 장소로 변형시키고, 영화의 매체적, 존재론적 속성의 경계와 영화를 상영, 관람하는 시공간적 경계를 와해시킨다는 점에서 랑시에르의 ‘예술적 장치’ 또는 ‘극작술(dramaturgie)’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본 강의에서는 특히 가시적인 것의 기준과 보는 방식을 재정의하고, 재현의 좌표를 변화시킨 확장영화의 미학과 그 예술적 전략을 살펴본다. 강의 전반부에서는 확장영화의 선구적 실천 중 마르셀 뒤샹의 광학장치와 50년대 문자주의 영화의 미학적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랑시에르가 말하는 예술적 ‘불일치(dissensus)’로서의 확장영화의 미학적, 개념적 토대에 대해 이해하며, 후반부에서는 60년대 이후 더욱 광범위하게 전개된 확장영화의 실천들을 통해 그들의 ‘극작술’을 살펴본다. 그리하여 오늘날 인터미디어 예술 및 포스트-시네마틱 예술에서 이러한 실천들이 갖는 미학적 함의에 대해 이해하고자 한다.


장소: 스페이스셀



25.03.27. 목요일

[영화] 스크리닝/권희수 특별전 <무한한 경계>

시간표



상영작

배경복사반사/2025/Color/Stereo/60min/4K
출연 : 김채은, 오택조, 이수진, 정고운
배경으로 물러나 있던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 관계망 속에서 솟아난다. 흰 벽, 전시장을 지키는 사람들, 스크린들.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배경이 움직인다.
(2019년 라이브 초연, 2025년 스크리닝 개편)

에스레베르/2023/Color/Stereo/17min/4K
회전하는 운동성 안에서 이미지는 몸을 상실하고 시점은 반복적인 기억을 통해 보는 이에게 되돌아 온다.


기획의 말

특별전 <무한한 경계>는 영화감독이자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아티스트인 권희수의 작업 중 영화의 계열에 맞닿은 8편을 묶어 선보인다.

지난 유시형 특별전 <빛, 움직임, 노스탤지어>를 즐긴 분들이라면 <무한한 경계>가 저 프로그램과 모종의 연속성을 갖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유시형과 권희수 모두에게 빛과 움직임은 몹시 중요한 주제이며 또 독특하게 활용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인간이 주인공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바로 그 빛과 움직임에 있어 노스탤지어의 유무이다. 즉 유시형의 영화가 흔들리는 빛의 향수 어린 연무를 보여준다면, 권희수의 영화는 끝없이 변모하는 빛들의 공격적인 난투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난투는 모든 것을 거꾸로 뒤집는다. 영화(의 매체)는 재현의 수단이 아니라 재현의 대상이 되며, 빛은 무언가를 보여주는 대신 스스로 무언가가 되고, 이미지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한다. 이는 관능적으로도 느껴지고 공포스럽게도 느껴지는데, 그 속에서 권희수는 이미지의 가장 근원적인 잠재태를 보고 또 듣고자 한다. 무한한 감각, 무한한 접속, 무한한 이야기를 함축하는 이미지. 거꾸로 말하자면, 권희수의 영화를 보고 또 듣는 것은 그러한 이미지에 감각을 과감히 개방하는 일인 것이다. (글: 윤아랑)


장소: 키니마



연결을 원하신다면...

메일을 써보세요.
전화를 걸어보세요.
메시지를 보내보세요.

처음으로